웃음을 세어보니, 참 괜찮은 하루였다

무심코 가른 귤 한 조각에 작은 귤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걸 발견한 것

웃음을 세어보니, 참 괜찮은 하루였다
Photo by charlesdeluvio / Unsplash

냉장고에서 갓 꺼낸 샤인머스캣을 입안에 넣고 터뜨리는 순간,

차가운 단맛이 혀끝에 퍼지는 것.

무심코 가른 귤 한 조각에 작은 귤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걸 발견한 것.

샤워를 마치고 나온 순간, 공기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온몸이 산뜻하게 감싸이는 것.

집에서 내린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완벽한 농도로 목을 타고 흐르는 것.

신발을 신으려 발을 넣었을 때, 뒤꿈치가 단 한 번에 깔끔하게 들어간 것.

좋아하는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외출 준비가 정확히 마무리된 것.

거리에서 흘러나온 익숙한 멜로디에 순간적으로 제목이 떠오르고,

그 덕에 한동안 잊고 있던 오래된 기억이 문득 되살아난 것.

아침에 눈을 떴는데 피로도, 눈곱도 없이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.

전날 밤, 유혹을 뿌리치고 야식을 참아낸 스스로가 대견한 것.

황당한 꿈을 꿨는데 뜻밖에도 길몽이라는 걸 알게 된 것.

악몽을 꾸었지만 "이건 꿈이야"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.

지친 하루의 끝, 문을 열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는 강아지가 있는 것.

내 우주의 한가운데를 차지할 만큼 소중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.

거리에서 바람에 밀려 구르는 낙엽을 보고 사소한 것에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.

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유치한 농담이 터무니없이 웃긴다는 것.

야구 개막이 코앞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들뜨는 것.

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, 그리고 그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.

계란 프라이를 했는데 노른자가 한 치의 흠집도 없이 완벽하게 유지된 것.

와인 코르크를 잔해 하나 없이 깔끔하게 따게 된 것.

한때 감당할 수 없이 벅찼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‘과거’가 된다는 것.

지난주에 무얼 먹었는지조차 희미할 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.

그러니 오늘의 괴로움도 언젠가는 아무렇지 않게 잊힐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.

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, 삶의 틈새마다 웃을 일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.

행복은 결국,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는 것.

그 깨달음에 닿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,

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할 힘이 있다는 것.

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선물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,

오늘도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.